*가스라이팅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폭력 및 유혈 표현이 있습니다.
혈연
Y A G I
7
무츠키는 제 앞에 앉아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미츠키 토오루와 무츠키 토오루. K군을 살해한 두 사람. 무츠키는 테이블 밑에서 가늘게 손을 떨었다.
살인자들.
무츠키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정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츠키와 토오루는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태연해 보였다.
이곳은 시내의 양과자점. 무츠키와 K군이 첫 데이트를 한 곳이었다.
토오루야 잘 모르니 그렇다 쳐도, 미츠키가 사람을 죽이다니. 무츠키는 K군이 죽었다는 사실보다 미츠키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더욱 믿기지 않았다. 이것은 현실일까 꿈일까. 하지만 자신 주위의 모든 것이, 이 상황이 한낱 꿈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시간으로 일깨워주고 있었다.
“무츠키 언니, 괜찮아요?”
“…….”
“괜찮아야지요?”
토오루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K군을 찌르기 직전에도 보였던 그 미소. 무츠키는 몸을 가볍게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토오루는 시럽을 가득 넣은 라테를 한 모금 마셨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협박이자 부탁이에요.”
토오루는 목소리를 착 내리깔고 말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이 들어본 것 중에서 가장 섬뜩한 목소리였다. 토오루는 아주 천천히 단어를 내뱉었다.
“저야 감옥에 가도 상관없으시겠지만, 미츠키 언니는 아니잖아요?”
바닥을 내려다보는 무츠키의 시선이 흔들렸다. 미츠키가, 감옥에 간다면.
무츠키는 본래가 무른 사람이었다. 더해서 이번 일로 인한 충격 때문에 안 그래도 약한 멘탈이 거의 바스러지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토오루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법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거기다 같이 묻었으니까요, 시체. 무츠키 언니도, 공범이라구요.”
“하지만 나는…!”
“두려워서 그랬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질 것 같나요?”
무츠키의 머리가 하얗게 표백되기 시작했다. 셋이서 함께 무른 땅을 파 K군의 시체를 묻은 바로 그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흙더미 속으로 가라앉는 K군의 모습은, 누구도 K군이라고 믿지 못할 그런 모습이었다.
드러난 뼈와 내장, 말라붙기 전의 선혈은 아주 붉은 색이었다. 한때는 생명을 말했던 입술은 힘없이 열려 있었으며 온전한 한쪽 안구는 충격으로 인해 뒤로 넘어가 눈동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 얼마나 바닥을 긁었는지 손톱 몇 개는 뒤로 꺾여 빠지기 직전이었으며 반사적으로 흘러나온 소변의 농도는 아주 짙었는지 암모니아 특유의 냄새가 피 냄새와 섞여 코를 찔렀다.
무츠키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는다고 해서 그 장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K 오빠에 대한 일은 미안해요.”
“…….”
“하지만, 무츠키 언니를 위한 일이었어요.”
“무슨 뜻이야?”
무츠키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토오루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 상태였다.
“무츠키 언니도 알고 있잖아요? K오빠와 교제한 이후부터 미츠키 언니를 소홀히 했다는 걸.”
“나는.”
“서로가 없으면 안 될 것처럼 행동하더니, 남자가 생겼다고 바로 그렇게 변하는 게 어디 있어요.”
그렇다고 살인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미츠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K군을 묻으며 오히려 정신이 맑아진 탓에, 미츠키는 토오루의 말이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수법.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미츠키는 토오루를 말리거나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미츠키는 그저 고개를 돌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어딜 봐도 살인을 한 자의 모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미츠키 언니는 많이 힘들어했어요. 오죽했으면 친하지도 않은 저에게 연락해서 눈물을 보였을까요.”
사실이 아니다. 미츠키는 그걸 알고 있었지만 말을 얹지는 않았다.
“무츠키 언니에게도 책임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K 오빠를 묻으라고 했던 거고.”
무츠키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무츠키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무츠키는 머릿속으로 토오루의 말을 부정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정말 그런 것은 아닐까. 정말 내가 잘못 처신했던 것이 아닐까.
이 모든 일이 나 때문은 아닐까.
“걱정 말아요. 들킬 염려는 없으니까.”
“어떻게 확신할 수 있어?”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면, 믿을래요?”
그 말을 하는 토오루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무츠키는 물론이고 미츠키도 그 목소리에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토오루의 말은 단순한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었다.
잘 처신하지 않으면, K군과 똑같은 처지가 된다.
두 사람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리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은 토오루였다. 미츠키와 무츠키는 한동안 말없이 앉아있다가 카페를 떠났다.
“무츠키.”
“…말 걸지 마.”
두 사람은 나란히 걷고 있었지만 둘 사이에 사람 하나 정도의 공간을 두고 떨어져 있었다. 예전의 두 사람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거리감이었다. 미츠키는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기를 기다리며 말을 이었다.
“나보다, K군이 더 소중했던 거야?”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태연하게 행동하는 게 좋을 거야.”
미츠키의 속삭임. 무츠키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토오루와 아주 닮아있는 눈이었다.
“……들키기 싫으면.”
“미츠키.”
횡단보도의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었다. 미츠키는 먼저 걸음을 옮겼다.
"미츠키 토오루!”
“왜, 무츠키 토오루?”
무츠키 토오루.
토오루.
우리 셋의 이름이었다.
“우리는 그 이름으로 이어져 있어. 그 피로 이어져 있다고.”
무츠키는 미츠키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부정한 피로 이어진 자매들. 세 사람을 묶은 결박을 풀 수 있는 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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