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
“응?”
서월의 말에 이루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종종 상당히 악동처럼 보일 때가 있었는데, 지금이 딱 그 타이밍이었다. 또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생겼나 보군. 이루는 읽던 책을 갈무리해 베개 옆으로 밀어두었다. 저런 표정을 본 이상 오늘 더 책을 읽는 것은 무리였다.
“나, 해보고 싶은 거 있어요.”
그 말에 이어 서월은 이것저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루는 잠자코 그 모든 말을 듣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S자 결장을 개발하고 싶다고?”
“네. 어때요?”
“에로 동인도 아니고, 거기까지 들어갈 리가 없잖아…….”
한숨처럼 내쉰 말이었다. 이루는 머릿속으로 S자 결장의 위치를 그렸다. 수사관을 준비하던 시절 쌓아두었던 지식이 이럴 때 쓰일 줄이야. 그는 속으로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러나 이루가 그런 반응을 보인다고 해서 바로 포기할 서월은 또 아니었다.
“왜요. 될 수도 있지.”
그렇게 말하며 서월은 자연스럽게 이루의 위로 올라탔다. 이루는 자신의 상의 아래로 들어오는 서월의 손을 굳이 피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이루도, 싫지 않잖아요.”
“싫지는 않지만.”
대신에 그는 그 손목을 붙잡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얇은 손목이었다. 이루는 눈을 깜빡이며 서월을 보았다. 그의 다소 의문스러운 눈빛이 이루에게 와닿았고, 그 시선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이루는 그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
“이렇게 갑작스레 해버리는 거야?”
“싫어요?”
“말했잖아. 싫진 않다고.”
그는 양손으로 부드럽게 서월의 양 뺨을 감쌌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입을 맞췄다. 농도가 짙지 않은, 아주 가벼운 키스였다. 서로의 입술이 떨어졌을 때 서월은 다시 이루의 목을 껴안아 그의 입술 속으로 제 혀를 밀어 넣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은 아니었기에 이루도 가볍게 웃으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진득한 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를 채웠다. 이루는 서월의 손이 제 허리를 섬세하게 쓸어내리는 것을 느끼며 몸을 움찔 떨었다. 서월은 이루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서월은 이루보다 그를 어떻게 자극해야 그가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를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이루는 달뜬 숨을 뱉으며 입술을 떼어냈다. 서월의 입술은 바로 이루의 목덜미로 향했다. 그 목덜미를 가볍게 깨물며 서월은 이루의 체취를 느꼈다. 이루는 자신이 이렇게 달콤한 체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섹스를 할 때마다 글자 그대로 ‘먹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어쩌면 이루는 그런 것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을지 몰랐다. 서월이라면 정말로 먹혀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할지도. 서월은 눈을 내리깔아 과거 자신이 이루에게 남긴 흉터를 바라보았다. 끓어오르는 식욕에 이루를 한 입 베어 물었던 흔적이었다. 그때 이루의 반응은 어땠던가. 생각보다도 더 담담하지 않았던가.
이루의 신음이 서월의 귓가에서 낮게 끓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자신의 아래에서 이루가 들끓는 욕망으로 몸을 움찔거리고 있는 이 상황이 가장 중요했다. 서월은 이루의 상의를 위로 말아 올리며 그의 아랫배에 입을 맞췄다. 이루는 언제나 그렇듯 꽤 예민하게 반응했다.
서월은 한 손으로는 이루의 바지 버클을 풀며 다른 손으로는 연신 이루의 가슴팍을 쓸었다. 이루는 이를 악물어 신음을 참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그 노력이 보잘것없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꼭 그랬다. 서월은 굳이 이루의 입을 벌려 그가 신음을 뱉어내도록 하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그 스스로 제 몸을 주체할 수 없게 될 것이기도 했고, 참아내듯 흘리는 신음을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일이었다.
서월은 익숙한 듯 이루의 바지를 벗겨 침대 아래로 던져버리곤 속옷 위로 빳빳하게 드러난 그의 페니스를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그 예민한 감각에 이루는 허리를 가볍게 비틀었다. 간지럽기도 하면서 미묘하게 자극이 되는 그 감촉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이루는 앞니로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서월의 손이 스칠 때마다 이루는 발끝에 힘을 줬다가 뺐다가를 반복하며 앓는 소리를 냈다.
서월은 이로 이루의 속옷을 끌어 내리며, 손바닥으로는 단단하게 발기한 그의 페니스를 쓸었다. 이루는 한껏 축축해진 목소리로 연신 서월의 이름을 불렀다.
“서월, 서월아…….”
“응, 이루. 나 여기 있어요.”
서월은 소리 없이 웃으며 이루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는 더는 신음을 씹어 삼키지 않았다. 이루의 얼굴은 잔뜩 달아올라 입을 맞출 때마다 홧홧한 열기가 전해졌다. 서월은 혀를 뻗어 이루의 목덜미를 핥았다. 핫, 하고 이루가 새된 숨을 뱉는 소리가 들렸다.
서월은 손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며 이루의 귀두를 혀끝으로 핥았다. 발갛게 달아오른 이루의 페니스는 벌써 그 끝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하아, 읏…!”
“이루는 야하다니까.”
이루는 생각보다 금방 절정에 다했다. 생각해 보면 최근 들어 제대로 한 적이 없으니, 이루는 이루 나름대로 참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서월은 제 손에 묻은 이루의 정액을 손가락에 묻혀 그의 뒤를 풀어주었다. 금방 눅진한 느낌이 손끝에서부터 전해져 왔다. 이 정도면 충분하려나. 서월은 다른 손으로 연신 움찔거리는 이루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아프면 말해요.”
“잠깐, 오늘, 하윽, 너무 밀어 넣으면…!”
“말했잖아요, 개발한다고.”
어쩌면 평소보다 조금 난폭한 섹스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무리가 된다고 생각하면 바로 말할 사람이고, 조금은 상냥하지 않은 섹스도 나름의 맛이 있었으니까.
이루는 침대 시트를 꼭 붙잡은 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루의 목울대가 한 번 크게 움직였다. 서월은 몸을 숙여 이루의 안에 제 것을 좀 더 꾹 밀어 넣으며 손을 뻗어 이루의 턱을 잡아 그의 얼굴을 제 쪽으로 돌렸다. 그의 눈꼬리에 눈물이 방울져 있었다. 제 몸의 아래쪽으로 잔뜩 피가 몰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루, 나 봐요.”
“하, 서월아, 앙!”
“여기가 좋아요?”
이루의 표정 변화를 놓칠 서월이 아니었다. 이루는 연신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움찔거렸다. 서월은 이루의 안이 꽉 조여오는 것을 느끼며 희미하게 웃었다.
“흐… 이루는 여기가 좋은가 봐.”
“하읏, 더는, 하… 안 돼, 응…!”
“싫어요? 그만할까?”
“아냐, 하, 아냐… 더, 더 해 줘, 서월, 흑!”
서월은 제 허리를 감싸고 있던 이루의 발목을 쥐고 제 어깨 위로 올렸다. 제 것을 더 깊숙이 박아넣기 위함이었고, 그것이 효과가 있었던지 고개를 잔뜩 뒤로 젖힌 이루의 입에서 엉망진창으로 신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루가… 이루가 원하면 더 해줘야죠.”
서월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허리를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랫배에 이루의 뜨겁게 달아오른 페니스가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자극적이라니까, 이루는. 서월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금 이루의 입술을 찾았다. 이루의 팔이 서월의 머리를 껴안듯 끌어당겼고, 두 사람은 호흡을 쏟아내며 입을 맞췄다.
*
“어땠어요?”
“솔직히 말하면, 평소랑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어.”
이루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역시 S자 결장을 개발하는 건 무리라니까. 그러나 서월은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이루는 참을성 있게 서월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잠시간의 침묵 뒤에, 서월의 질문이 이어졌다.
“음, 잠시만요 이루.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했죠?”
“한두 번도 아니고…. 딱히 세려고 노력한 적도 없어서.”
“이미 개발된 거 아니에요?”
음? 이루는 고개를 한쪽으로 살짝 기울이며 서월을 바라보았다. 이미 개발됐다고? 그 S자 결장이?
“안 되겠다. 한 번 더 해서 실험해 봐야겠어요.”
“잠깐, 잠깐, 잠깐.”
이루는 손을 뻗어 다시 제게로 달려드는 서월을 제지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아니, 이게 진짜로 가능한 건가? 서월의 의문스러운 표정에 이루는 얼른 입을 열어 말을 꺼냈다.
“나 조금 충격받아서 그래.”
“뭐가요?”
“이미 그렇게 됐다는 게.”
“그게 그렇게 충격받을 일인가요.”
서월은 빙그레 웃으며 이루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는 몸을 다시 뒤로 물리기 전에, 이루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좋으면 끝 아니에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루는 그렇게 말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래, S자 결장이고 뭐고가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아예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서월의 말대로 확실히 섹스라는 건 ‘좋으면 끝’인 것이니까.
“그러면 자, 얼른 한 번 더 해요. 나 확인하고 싶으니까.”
“어떻게 확인할 건데?”
“글세, 이루가 좋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뭐야, 그런 거라면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잖아.”
“그냥 이루랑 한 번 더 하고 싶어서 한 말인데, 안 되나요?”
안될 게 어디 있겠어. 이루는 그렇게 말하며 서월을 끌어당겨 안았다.